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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갈 곳 없는 ‘가격안정명령제’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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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청과
11-08-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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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경매가격이 급등·급락할 경우 낙찰가격 변동률이나 매매방법을 제한하는 ‘가격안정명령제’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 달 26일 입법예고 됐다. 이번 개정안은 정가·수의매매를 경매와 함께 일반적 거래방법으로 규정했다.
말 그대로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흐르고(流) 통하는(通) 것을 유통으로 봤을 때, 이번 입법예고는 신자유주의를 내세웠던 현 정권의 방향과는 물론 시장경제체제와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보인다. 유통인들과 농민들은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유통인, “가격안정명령제는 시장경제체제와 모순”
“시행시 장외가격형성·장외물량확대 가능성”
도매시장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 속에서 기준가격이 형성되는 공영도매시장에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손을 대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약 농산물가격 폭등 시 안정명령으로 상한가가 강제된다 하더라도 절대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싸게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가격안정명령제’에 대한 실효성을 의심했다.
그는 작년배추 파동이후 가격안정제 도입이 논의되는 가운데 열린 공청회에서도 참여자 대다수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설명하면서, 가격안정명령제의 도입은 농산물이 국민에게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한 선언적 정책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농산물가격안정을 위해 정부가 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한 수급 정보제공, 농협수매 등을 통해 접근하고 있긴 하나, 도매시장법인은 수탁을 받아 거래할 뿐이기 때문에 물량예측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도매시장법인이 미리 저장물량을 확보하여 유통하면 수급조절을 통해 물가안정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석 농산물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장은 “배추같은 경우, 작년가을 폭등이후 올 봄 폭락으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대책을 세워주지 못하던 정부가, (가격안정명령제로) 농산물 폭등은 강제로 잡겠다고 하는 것은 생산자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이며, 또 개정안 협의 과정에서도 산지유통인은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농안법 개정안 규제영향분석서를 살펴보면, 이해관계자 협의는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등 지자체(도매시장 개설자)와 농협중앙회 등 농업인단체 두 곳 그리고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등의 대표단체 등과 협의했다고 분석됐고, 협의결과는 ‘이견없음’으로 명기되어 있다.
이신우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가격안정명령은 비상시에만 발동돼야 한다고 전제하며, “장외물량이나 장외가격이 형성되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물가안정은 “시장도매인제를 통한 수급조절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제도적인 보완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현 정부가 물가를 빌미로 유독 농업만 강제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농민, “포괄적 수급 정책 아니면 임시방편에 불과”
“생산비 안정도 보장돼야”
경남 함안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박기병 씨는 농안법 개정안 내용 중 ‘가격안정명령제’ 도입에 관해 “실제로 농산물가격 폭등과 폭락에 똑같이 개입을 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가격폭락에 대한 대책이나 안전장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농안법 개정안의 초점이 가격조절에 맞춰져 있는 점을 지적, “물가안정은 가격만 통제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수급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임시방편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그는 “기본적으로 과잉생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농민들에게 종자보급이나 정식 단계부터 파악해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기초농산물최저가격보장 등 포괄적인 농산물 수급정책 속에서 농산물가격 안정을 접근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천에서 마늘농사를 짓고 있는 윤수학 씨는 “농자재 값 상승은 통제가 안 되는데, 농산물 값이 오르면 정부는 서민가계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여지없이 개입한다”고 꼬집으며, “소비자 가계만 안정시키지 말고, 농민들 생산비도 안정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6일까지 입법예고 후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거쳐 9월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시행절차는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유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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