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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은 공산품·서비스·공공요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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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청과
11-08-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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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리부실 은닉…농산물 8.8%가 전체인양 호도
“정부의 물가정책 대부분은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내놓은 물가관련 대책들은 매달 1~4번꼴로 발표되면서 7월까지 13가지 대책이 나왔다. 이들 대책의 핵심은 물가안정을 위해 농축산물의 공급을 늘리고, 산지가격을 강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수입농산물을 늘리기 위해 할당관세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민가계를 옥죄는 물가상승의 주범은 대학등록금과 전·월세가 상승, 통신·교통·서비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핵심이다.”
지난 2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긴급점검, 농수산물가격이 물가폭등의 주범인가?’ 전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 대부분이 지적한 내용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작년에 생산량 증가로 쌀값이 폭락했을 때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부가 지금은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면서 “농산물 생산의 필수인 비료값, 종자대 등의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뒷짐 지고 있다가, 농산물 판매가격만 통제하겠다는 것은 농민들을 죽게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물가상승의 주범은?…공공요금 및 공업·서비스요금
세미나 발제에 따르면 정부의 물가지수 품목 선정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물가지수를 산출하는 품목은 총 489개 품목. 이 가운데 농수산물이 71개, 농수산물 가공품이 60개로 총 131개 품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정부특별관리 품목 52개 가운데 21개 품목이 농수산물이다. 사실상 정부의 물가관리 품목의 절반이 농수산물이다.
그렇다면 농수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인가· 그렇지 않다. 2011년 7월 기준으로 전체 물가상승은 전년대비 4.75%. 이 가운데 농수산물이 미친 영향은 21%에 불과하다. 공업제품이 42%, 서비스 분야가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공업제품 및 서비스 분야의 가격 상승이 전체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방증하는 좋은 일례가 있다. 지난 2008년 원유 1리터 가격이 120원 상승했다. 그러나 원유를 가공하는 유업체들은 원유가격 인상을 명목으로 제품가를 400~500원 인상시켰다. 또한 밀가루 사용제품 가운데 실제 밀가루 가격 비중은 칼국수 5%, 과자 8%, 라면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제과 및 제분업체들은 원료가격 인상분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제품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한번 제품가격이 오르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매우 강하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등락을 거듭한다. 일부에서는 농산물 가격의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하지만, 농산물 가격 등락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공산품 및 서비스 분야의 하방경직성은 물가상승의 토대가 되는 계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서민 가계의 고통은 농수산물 가격보다는 대학등록금 등의 교육비, 가계대출, 전·월세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24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4% 상승한 8만6256원으로 조사됐다. 1분기에 비해 6.15%나 늘었다.
참고로 쌀값 상승률은 지난 1999년 15만 3000원에서 2011년 15만 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2년 동안 0.013% 상승한 것이다.
◆ 정부 물가대책…‘언 발에 오줌 누기’
정부가 제시하는 물가대책의 대부분이 농수산물 가격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당장 발등의 불만을 끄기 위한 근시안적인 행태를 되풀이하며 국내 농업생산을 도외시하고 있다. 지난해 배추파동 이후 할당관세를 통해 배추의 관세율을 0%로 낮췄다. 이후 ‘배추가격=물가상승’의 시금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배추가격이 상승하면 정부는 곧바로 할당관세를 적용시켰고,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김치제조업체와 공영도매시장,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물량공급에 나섰다. 올해 초 공영도매시장으로 풀린 배추의 경우 상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결과 수입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경락됐다. 그나마도 압력(?)에 의해 헐값에 어쩔 수 없이 강매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출하한 중국산 배추의 경우 수요가 없어 보관비용만 허비했고, 결국은 썩기 직전 어쩔 수 없이 일부 중도매인이 떠안는 형태로 도매시장에서 소비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8월말까지 중국산 배추 500톤을 또 수입할 계획이다. 이번에 들여오는 배추 역시 일부 김치제조업체와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영도매시장의 분위기는 “정부가 또 수요도 없는 중국산 배추로 물가대책이란 ‘쇼’를 하고, 그 뒤처리를 도매시장에 떠 넘기려한다”는 분위기다.
돼지고기는 더욱 심하다. 축산업을 뒤흔든 구제역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자, 정부는 예외 없이 할당관세 카드를 빼 들었다. 이번에는 수입업체들에게 물류비용까지 보조하면서 수입을 부추기고 있다.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마저 ‘국내 생산안정을 통한 수급조절’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로지 높은 분(·)의 뜻에 따라 수입을 통한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 남발될 것인가.
◆ “1000원 밑에서 4000원 된 배추값은 폭등 아닌 ‘회복’”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은 “농산물은 식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체감지수가 매우 크지만, 실제 물가상승은 교통비, 통신비, 교육비 등의 부담이 가장 크다”면서 “대형유통업체의 횡포와 유통시스템을 개선하고, 정부 조사 통계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언론이 조장하고, 정부가 방치한 결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가상승의 주점은 정부가 감추고 싶어 하는 공공요금의 상승과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버린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 전·월세가 상승 등이다. 물가상승의 몸통을 인정하지 못하고, 꼬리 자리기를 위해 농산물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정부 입장에서 대책은 내놓지만, 농가에게는 오히려 생산비 보장마저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며 “수요공급의 탄력성이 높은 농산물의 특성을 감안해 수입물량에 대한 시점과 기간, 과연 어느 정도의 가격안정이 예상되는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연근 내일신문 기자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하고 있는가에 의문”이라며 “농가의 농자재 구매가격은 상승하는데 농산물 판매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가의 구매가격은 손 놓고 판매가격만 제한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질책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실장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지만, 이는 과잉과 시장왜곡 이라는 실패를 조장했다”면서 “농산물의 경우 성수기와 단경기 등 계절적 희소성이 있음에도 정부는 그런 가격까지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김 실장은 “농림정책의 주무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가 물가안정에 치우쳐 농산물 가격 잡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면서 “농산물의 불안정한 가격은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가격은 더욱 불안해 지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1000원 밑으로 폭락한 배추가격이 4000~5000원으로 회복된 것을 폭등했다면서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농산물 가격상승의 요인은 투기자본의 유입과 노임상승 등으로 생산을 위한 공업제품의 사용이 결국 농산물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수입개방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FTA 등으로 인해 굉장히 싼 수입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면서 “모든 가격은 국내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되면, 수입농산물 가격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국장은 “농산물의 물가가중치는 8.84%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적지만, 매일 느끼는 체감경기라서 민감한 것 같다”면서 “정부의 물가관리 기준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농산물은 수요가 안정된 반면 작황, 재배면적 등에 따라 공급이 불안하다”면서 “농민뿐만 아니라 서민경제를 감안한다면 할당관세나 수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업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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