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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밭작물, 그 해법은 ①밭작물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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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청과
11-10-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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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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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주산지는…
충남 서산의 홍성남(56)씨는 5년 전부터 고추 재배를 시작했다. 오이 농사에 매진해 온 그가 고추로 눈을 돌린 것은 고추가 새로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홍 씨는 “7월부터 수확에 들어가는 고추는 타 작물과 달리 시원한 새벽이나 저녁놀 질 때 수확을 하게 되면 이슬 때문에 쉽게 무르거나 상하게 되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이슬이 다 마른 아침 9시 또는 오후 2시에 일할 수밖에 없다보니 여름철 농촌 노인들의 일사병 사고가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같은 밭작물이라도 마늘의 경우 50% 정도는 기계화가 이뤄져 있지만 고추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한다. 그는 “고추 파종기가 개발됐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만 실제 판매하는 곳이나 작동방법 등 관련 정보가 없다보니 그냥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고 한숨을 쉰다. 이 때문에 총 생산비의 60%이상을 노동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지에서 고추를 재배하다 보니 자연재해 및 질병의 피해도 크다. 지난해에는 수확이 한창인 9월, 태풍 피해로 인해 고추가 다 날라간 것은 물론 지주대와 고추대가 꺽이면서 한 해 농사는 그대로 접었다. 올해는 고추 역병이 돌면서 총 3300㎡(1000평) 중 990㎡(300평)에서는 고추나무가 말라죽어 소득이 줄었다.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홍 씨는 더 나은 소득을 얻기 위해 20년간의 오이재배에서 얻은 노하우와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제안하는 기술을 적극 도입해 관비재배, 터널재배, 접목, ‘V(브이)’자 지주대 설치 등 새로운 재배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수작업
한낮 작업에 일사병 빈번
자연재해·질병 피해도 다반사
후계농 부족에 한숨
그는 “건고추 기준으로 관행재배에서는 평당 1근, 터널재배에서는 3근, 시설고추 재배에서는 5근이 생산되는 등 소득 향상을 위한 다양한 재배기술이 나와 있고, 이를 적용할수록 농가에서는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56세인 내가 막내고, 72~85세 어르신들이 주로 소규모로 고추농사를 짓는 데 과연 관행재배를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농촌의 현실을 지적했다.
설사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다 해도 생산비가 상승해 부담이 된다. 접목기술의 경우 홍 씨는 오이재배에서 쌓은 기술을 이용해 뿌리가 튼튼하고 병에 강한 대목에 열매가 잘 맺히는 고추나무를 직접 접목했지만, 기술이 없어 접목묘를 구매할 경우 일반묘에 비해 150원이나 비싸다.
무엇보다 고추 산업의 큰 문제는 장차, 산업을 이끌어 나갈 후계농이 부족하다는 것. 시설 원예나 특용작물 등에 비해 소득이 낮고 노동강도가 세다 보니 후계농들이 고추 재배에는 뛰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도 홍 씨는 고추 재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고추산업이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고추는 우리나라 3대 밭작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기본으로 경작해야하는 작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어려운 경작 여건 때문에 더 이상의 고추를 재배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에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지원방안을 마련해준다면 신규 진입 인력도 더욱 늘어나면서 고추 산업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주문했다.
고추 수급 올해 사상최악, 마늘 재배면적도 10년 새 반토막
우리나라 밭작물 자급률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최하위’
생산 기반정비사업 지원 강화·농가 안정적 출하처 확보를
▲밭작물 생산 위태롭다=고추, 마늘은 물론 노지채소, 두류 등 밭작물의 생산이 불안정한 양상을 매년 되풀이 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이후 국내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며 시장 불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사상 최악의 수급불안을 보인 고추의 경우 1995년 최대 생산량인 21만5000톤을 기록한 이후 매년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0년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7만4471ha, 19만3786톤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4만4584ha, 9만5391톤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더욱 줄어 4만2574ha에 8만3400~8만6900톤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마늘 또한 고추와 사정은 마찬가지. 마늘 재배면적은 2000년 4만494ha를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2만2414ha로 10년 사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나마 지난해 마늘의 농가 수취가격이 높아 올해 재배면적은 2만4035ha로 다소 늘었다. 생산량 또한 재배면적 감소로 인해 2000년 45만5000톤에서 지난해 27만2000톤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극심한 수급난을 보인 배추의 경우에도 매년 재배면적의 증가와 감소가 반복되고 있지만 연평균 4%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1999년 4만4674ha였던 배추 재배면적은 2010년 3만3491ha로 축소됐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배추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배추 재배면적은 2011년 3만7704ha보다 27% 감소한 2만7936ha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고, 생산량 또한 2011년 263만9000톤에서 214만9000톤으로 19%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콩은 단일 작물로 벼에 이어 재배면적이 두 번째로 많지만 1995년 이후 면적과 생산량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
이처럼 고추, 마늘, 배추 등은 우리나라 핵심 밭작물로 국민 식생활에도 매우 중요한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자급률 추락하자 중국 기침에 몸살=이처럼 국내 밭작물 생산이 위축되면서 자급률도 하락하고 있다. 고추의 경우 자급률이 겨우 50% 정도를 유지하고 있고, 마늘도 수입량이 늘면서 75%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두류의 자급률은 16.5%에 불과하고, 참깨 14.7%, 땅콩 27% 등 우리나라 밭작물의 자급률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주요 밭작물의 생산능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시장 개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3년 벌어진 한·중간 마늘분쟁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조치 즉 세이프가드를 해제했는데, 그 다음해인 2004년부터 마늘 수입물량이 급등했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마늘 수입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마늘 생산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배추의 경우에도 2003년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생산 감소폭이 그 이전보다 높아졌다. 김치 수입량은 2002년 1042톤에서 2003년 2만8707톤으로 수직 상승했고, 이후 매년 늘어 2007년 21만8910톤, 2008년 22만2370톤으로 급팽창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에는 국내 배추값 약세와 원산지 표시 등이 시행되면서 14만8124로 감소하는 듯 했지만 이후 다시 늘어 2010년 18만901톤을 기록했고, 2011년 9월 누계 17만여톤에 달해 올해도 수입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추도 2003년 이후 국내 생산 감소추세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 때부터 중국산 고추의 김치의 수입이 급증한 것과 그 시기가 일치한다.
해외 수입이 늘고 국내 생산은 위축되면서 밭작물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국내 수급 및 시장가격은 중국 등 해외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마늘 시세의 경우 중국 생산량에 큰 영향을 받은 사례가 있다. 2009년 중국의 마늘 흉년이 예견되면서 2009년 하반기부터 그 다음해까지 국내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뛰기 시작했다. 물론 국내 생산 감소가 더 큰 요인이지만 중국 생산량 감소 여파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생산기반 역부족·시설현대화 목소리 높아=국내 밭작물의 위축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자 정부는 농어업기반정비 사업을 통해 밭기반도 정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채소, 과수, 화훼, 특용작물 등 주산단지 및 집단화된 밭을 대상으로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밭 면적 30ha 이상인 지구를 우선 지원키로 하고, 그 이하에서도 농업인들의 호응을 고려해 지원하고 있다. 용수개발, 농로개설 등이 주요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반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비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9년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은 밭 기반 정비에 필요한 비용은 ha당 7500만원 가량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 지원의 현실화를 강력히 촉구했었다.
밭 기반 정비와 함께 생산시설의 현대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전국 16개 고추 주산지 지자체장이 참석한 고추 주산단지 시장군수협의회는 노지재배의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비가림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농식품부가 고추 비가림시설 사업으로 내년에 국비 72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정도는고추재배 농가들의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폐쇄적 유통에 생산도 불안정=일부 밭작물 품목의 유통도 문제되고 있다. 산지와 도매유통 단계에서 특정 상인에 의한 유통 독과점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건고추의 경우 도매시장 유통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더구나 산지유통인과 도매시장 중도매인간 거래가 도매시장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출하할 곳이 마땅하지 않고 수취가격 변동 폭도 커 생산 불안정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늘의 경우 유통 독과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GS&J인스티튜트의 ‘마늘유통 개선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2008년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마늘 거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69명이 마늘을 거래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에서 연간 10억원 이상 거래한 중도매인은 21명으로 전체 거래액의 64%를 점유해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5~10억원 거래한 중도매인도 20명으로 전체 거래액의 19.4%로 나타나 전체 41명이 83.4%의 점유율을 보였다. 거래 물량에서도 연간 500톤 이상 거래하는 22명이 전체의 68.7%를 차지했다. 특히 4대 대규모 중도매인의 시장점유율은 금액면에서 33.8%, 물량면에서 29.4%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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