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과·배 생산량 맞먹는 82만t…농가·소비자 모두 피해
|
|
|
|
| 수원청과
17-02-16 10:30
스크랩 0
조회 1189
|
국내 사과·배 생산량 맞먹는 82만t…농가·소비자 모두 피해
신선과일 수입량 사상 최대 온대과일 16년새 7배 폭증 시장점유율 23%까지 잠식
과수농가 재배 포기 속출 밭작물로 전환 수급불안 심화
수입가격도 세계상위 5위권 FTA 관세인하 효과 적어 수출국·수입업자 배만 불려
2016년 국내에 수입된 신선과일은 75만t 수준이다. 냉동과 건조과일을 합할 경우 82만t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사과·배 전체 생산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물량이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을 파고든 수입과일은 국내 과수농가와 소비자에게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가는 생산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받고, 소비자는 세계 주요 수입국 중 가장 비싸게 사먹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시장에선 값이 비싸도 잘 팔린다’는 수출국과 수입업자의 이해관계 속에 국내 소비자만 ‘봉’ 으로 전락한 것이다.
◆신선과일 수입 사상최대=외국산 신선과일은 지난해 74만5161t이 들어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0년 32만686t에서 매년 덩치를 키워오며 2010년에는 59만8046t으로 86%가 늘었다. 지난해 74만5161t은 2010년에 견줘 25% 증가한 양이다.
수입과일은 1991년 바나나·파인애플이 개방된 이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국제수지조항(BOP) 졸업에 따라 1997년 오렌지의 수입이 개방되면서 본격화됐다. 실제로 바나나·파인애플·망고로 대표되는 열대과일 수입은 2000년 21만t에서 지난해 45만t으로 폭증했다. 감귤류 역시 같은 기간 10만t에서 19만t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포도·키위·체리·석류와 같은 온대과일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과일은 2000년 1만3000t에서 지난해 9만9000t으로 7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2000년 바나나·오렌지 비중이 전체 수입과일의 88%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70%까지 비중이 줄어들었다.
수입과일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수입국도 다변화되고 있다. 칠레·미국에서만 들어오던 포도는 최근 페루·호주로, 키위는 칠레·미국에서 이탈리아까지 수입국이 확대됐다. 망고는 태국·필리핀에서 주로 반입되다가 2015년 12월 베트남과 FTA가 발효되면서 베트남산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수입과일은 국내 과일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000년 12%에 불과했던 국내 전체 과일 공급량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1%포인트 상승한 23%까지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국내 과일은 88%에서 77%로 입지가 좁아졌다.
수입과일은 국내과일의 생산기반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2000년 47만6000t이 생산돼 국내 대표 과일 가운데 하나였던 포도는 15년이 지나면서 21만8000t 수준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재배면적은 2만9000㏊에서 1만4000㏊로 쪼그라들었다. 단감의 처지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22만7000t에서 12만6000t으로, 재배지는 2만4000㏊에서 9000㏊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들 품목의 생산기반 붕괴는 다른 과일과 밭작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포도·단감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복숭아·사과나 고추·마늘과 같은 밭작물로 몰리면서 이들 품목의 수급불안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과일, 국내 소비자는 ‘봉’=수입과일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FTA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정부는 세계 각국과의 FTA 체결과정에서 관세인하 효과로 외국산 농산물 판매가격이 낮아져 국내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 달리 FTA는 과일 수출국과 수입업자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기존에 맛볼 수 없던 트렌디한 과일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거부감이 적다는 점을 노려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이 7일 내놓은 세계 13개국 주요 도시 농축산물 가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7만7000여t이 국내에 반입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파인애플은 13개국 도시 중 가장 비쌌다. 필리핀산 파인애플 1개 값은 서울(한국)이 5847원, 인접도시인 베이징(중국)은 32%가량 싼 3969원이었다.
포도·바나나·파인애플·키위·오렌지·자몽·체리·망고·레몬의 판매가격도 비싼 순으로 상위 5위 안에 모두 들어갔다.
수입포도 3품종의 1송이(800ｇ 기준) 가격을 비교한 결과, 청포도 <탐슨 시들리스>는 8293원, <레드글로브>는 8995원으로 13개 도시 중 두번째로 비쌌다. 바나나(1다발) 8631원, 자몽(1개) 1884원, 체리(100ｇ) 1980원으로 역시 2위를 차지했다. 키위(1개 907원)·망고(1개 4048원)는 3위, 오렌지(1개 1350원)·레몬(1개 1007원)은 4위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FTA를 체결하면 국내 판매가격이 낮아진다는 논리는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관세가 낮아짐에도 국내 판매가격이 높다는 것은 수출국에서 판매가를 높이고 있거나, 국내 유통업자가 이익을 많이 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분별한 수입확대로 국내 농가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소비자들이 수입과일의 안전성이나 수입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기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