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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파동 이후, 산지유통인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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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청과
11-05-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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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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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일 지난 모종상태로 밭떼기 거래…직접 키워 수확·포장·운송·출하까지
농약·비료·관리비·운송비 등 소요비용 분석 없이 ‘폭리 주범’ 몰아세우기 답답
농민 고령화, 가격변동 위험성 따른 생산 포기 등으로 생산주체 참여 인정을
▲그들은 누구인가=산지유통인이란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에 의해 도매시장개설자에게 등록하고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농수산물도매시장·농수산물공판장 또는 민영농수산물도매시장에 전문적으로 출하하는 영업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일정한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로 주요 취급 품목은 무·배추·알타리무·양배추·양파·감자 등과 과실 품목 일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현재 등록된 산지유통인은 4300여명으로 이중 2000여명이 무·배추 품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포전거래. 배추를 예로 들어 배추재배농민이 육묘장에서 20~25일간 자란 배추를 밭에 정식하고 정식을 전후해 산지유통인들이 재배농민으로부터 밭떼기로 거래를 한다. 거래가 성사된 후에는 산지유통인이 배추를 직접 키워 수확·포장·운송 등을 통해 시장에 출하하는 기능을 한다.
▲가격 폭등에 속 태우던 산지유통인=‘산지에서 한 포기에 1500원 하는 배추가 소비지에서는 1만5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추가격 폭등을 바라보던 일반 언론의 시각이다. 포전매매로 거래한 산지유통인들이 산지에서 포기당 1500원에 사서 1만5000원에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 또 정부 관계자는 산지유통인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배추를 창고에 쌓아 놓아서 가격을 더 높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했다.
포전거래 한 고랭지배추 수확량이 이상기후로 인해 절반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대부분의 산지유통인들은 황당하다는 입장. 우선 포전거래를 할 당시에는 배추는 25~30일 가량 성장한 모종상태이며, 이를 60여일 이상 산지유통인들이 비용을 들여 키우고, 이어 출하하는데 마치 ‘1500원에 사서 1만5000원에 판다’는 식으로 호도했다는 것.
또 매점매석 문제에 대해서도 농산물 수확 후 관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조차 고랭지배추의 문제점은 수확 후 부패라고 지적하고 있고, 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저온저장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저장 자체가 불가능한데 문제점으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산지유통인들이 지난해 고랭지배추에서 폭리를 취한 것일까? 한 전문가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9~10월에 출하되는 고랭지배추의 7~8월 사이 포전거래가격은 3.3㎡당 1만원에서 2만원선. 평균 포기당 1500원 선인 셈이다.
여기에 산지유통인들이 농약·비료·관리 등에 포기당 500원, 수확·운송 등에 500원, 도매시장 상장수수료 410원, 중도매인 청소비 점포관리비 330원, 소매시장 운송 감모 간접비 940원, 각 단계별 이윤 1000원 등이 붙는다. 특히 지난해 고랭지배추는 포전거래 당시 예상치보다 생산량이 50~70%까지 감소하면서 포전거래 당시 배추 포기당 가격보다 2~3배는 높아야 원가보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포전거래에서부터 수확·출하까지 과정에 드는 비용을 농가단위 경영비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이는 한우 비육우 농가의 경영비 산출방식과 유사하다. 비육우 농가의 경우 송아지(어린배추)를 사서 전문적으로 비육(재배)을 해 시장에 내다파는데 이때 생산비를 포함한 경영비 산출에는 송아지 구입비(포전거래비용)가 포함된다.
이는 비단 고랭지배추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식 전후로 포전거래가 이뤄지면 이후 재배기간 동안 드는 생산비와 수확·운송비 부담은 산지유통인들의 몫이다. 사실상 포전거래 비용에 생산·수확·운송 등의 비용을 더 한 것이 산지유통인들의 경영비가 되는 것.
5톤트럭을 기준으로 수확운송에만 130만원 가량이 든다. 2700포기가 실린다고 가정할 경우 포기당 480원은 받아야 수확비와 운송비라도 건지는 셈이다. 원물인 배추 생산에 든 비용은 뺀 것이다.
▲이제는 가격 폭락에 속 타=지난해 고랭지배추 가격 폭등으로 유통문란 주범으로 몰리면서 속앓이를 했던 산지유통인들이 이제는 가격폭락으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도매시장 배추 경락가격이 포기당 700원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9일 7일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상품(10kg 망포장) 가격은 각각 3097원·2308원·2067원·1894원·1536원·1830원·2205원 등으로 수확·운송비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배추 원물에 대한 포전거래비용이나 생산비까지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설봄배추의 포전거래가격은 3.3㎡당 1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높고, 노지봄배추는 5500원으로 50%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싸게 사서 농사지었는데 가격은 지난해의 1/4수준으로 떨어진 것.
여기에다 국세청이 지난 4월, 산지유통인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서자 전유련은 지난해 9월 배추 가격 급등 당시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했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당시 배추를 유통했었던 산지유통인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보복성 성격이 짙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도 생산자=이 같은 문제점들은 산지유통인에 대한 인식차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유련은 ‘산지유통인=생산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 다른 부류에서는 유통업자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유련 측 인식은 이렇다. 산지유통인은 본래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집해 규모화 하고 이를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산지농민들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자금부족, 가격변동의 위험성에 따른 생산 포기 등으로 인해 직접 생산주체로 참여하게 됐다. 따라서 일정기간 동안 농산물을 재배해 시장에 출하하기 때문에 ‘생산자 농민’이라는 것.
실제 산지유통인은 네 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계약재배형=농산물의 종자 선택에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구간별로 대금을 지불하는 위탁영농 형태 △매취형=어린 모종 상태에서 매취해 수확시점까지 인부를 투입해 농사를 짓는 형태 △경작형=직접 경작하는 형태 △포전매취형=수확시점에서 작물을 포전매입하는 형태 등이다. 포전매취형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가지 유형은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생산자인 셈이다.
이에 전유련은 지난 4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세무조사의 부당성과 산지유통인이 생산자라는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해 줄 것 등을 골자로 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유련은 탄원서에서 세금 납부와 관련, 작물재배업을 통한 농업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해 주고 있고 산지유통인의 업태도 이미 유통업에서 농업으로 변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법에 대해 알지 못해 유통업자로 세금을 신고해 납부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세무조사와 관련, 산지유통인의 출하가격은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경매에 의해 정해지고 있고, 주된 품종인 무·배추 등은 장기간 보관할 수 없어 매점매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조정 능력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광형 전유련 사무총장은 “농업인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면제되는데 산지유통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산지유통인의 생산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반증”이라면서 “산지유통인이 곧 생산자라는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산지유통인, 중간상 아닌 엄연한 생산자”
#김종석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장
“돌아 보건데, 지난 해 우리는 배추 파동이라는 너무나도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 산지유통인이 물가불안정의 주범이며 매점매석으로 농산물유통을 더욱 혼탁하게 한다는 각종 음해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김종석 회장의 말이다.
‘물가 폭등의 주범’ ‘매점매석으로 배 불리고 있다’ 등 지난해 산지유통인들을 향해 쏟아졌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던 터라 마음 고생도 많았을 터. 때문에 전유련을 통해 이 같은 오해와 불신을 종식시키고 산지유통인의 역할과 순기능을 알리기 위해 전력을 다 해 왔다.
지난해 배추값 폭등 당시, 전유련은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의 김장배추 10만포기’ 지원사업, 오비에스 경인방송국을 통해 3만포기 지원, 제 8회 아줌마대축제 행사장에 배추 2000포기와 무 6000개를 지원, 가락시장 내 봉사단체인 묵담회를 통해서도 신선배추 8000포기를 지원한 바 있다. 또 한국농어촌공사의 직거래장터 및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추석맞이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직거래 장터에 직접 참여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지난해에는 우리 앞에 닥친 여러 가지 위기적 상황들이 있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공익적 기능들이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계층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미에서 김 회장은 “산지유통인이 곧 생산자다라는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면서 “산지유통인이 하고 있는 사업이 실제 농사를 짓는 것인 만큼 전문가들과 함께 심층적 분석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종석 회장은 이에 대해 “과거와 달리 산지유통인들이 직접 농산물 생산에 참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단순 유통인이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난해와 같이 산지유통인들이 가격 상승의 주범 또는 폭리를 취하는 중간상 정도로 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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