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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떼기거래 계약서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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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청과
11-05-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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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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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계약서 값폭락땐 계약금만 포기하면 ‘그만’…일방적 수확포기 따른 뒷처리·재정손실 ‘모르쇠’…돌발상황 대비한 농협 계약서 비해 농가에 불리
# 1 경북 문경에서 2만2,100㎡(약 6,700평)에 노지배추를 심은 장모씨는 지난해 말 중간상인에게 한필지(760㎡·약 230평)당 1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에 넘기기로 하고 밭떼기 거래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계약금 900만원을 받았다. 중도금과 잔금은 올해 4월25일과 5월25일에 송금 받기로 했다.
하지만 배추값이 많이 떨어지자 상인은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록 중도금을 송금하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예 전화도 받지 않더니 결국 연락이 두절돼 버렸다.
결국 장씨는 뒷그루 작물인 콩을 제때 심지 못하고 상인이 수확을 포기한 배추를 일일이 뽑아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2 충남 예산의 배추 농가 이모씨. 올해 하우스 5동(3,300㎡·1,000평)에 봄배추를 심은 이씨는 한동당 270만원을 받기로 농협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으로 150만원을 받았다.
출하시기를 앞두고 배추값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나머지 잔금을 받을 수 있었다.
◆ 상인 계약파기에 농가 ‘발동동”=최근 배추값이 폭락하면서 상인의 일방적 밭떼기 거래계약 파기가 속출하고 있지만 불공정한 계약 때문에 농가에서는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공정한 표준계약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추는 밭떼기 거래 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추재배 농업인들은 대부분 상인들이 마련한 계약서를 통해 밭떼기 거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이 내미는 계약서는 농업인들에게는 불리한 조항들이 담겨 있다.
이들 계약서에는 배추값이 폭락해 상인들이 계약금을 포기한 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도 농업인들은 계약금만 받도록 돼 있다. 뒷그루 작물 피해나 상인이 수확을 포기한 작물의 처리 문제 등 나머지 재정적 손실 부분은 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농업인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기상이변 등으로 작물의 출하가 불가능할 경우에도 농가가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
본지가 입수한 전국농산물유통인 ○○지역연합회 전용계약서 위약금 조항에는 ‘“을(농업인)”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하여 “갑(상인)”이 계약해지를 하였을 경우에는 “을”은 계약보증금을 반환함과 동시에 위약금으로서 계약보증금과 동액을 “갑”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와 함께 ‘“갑”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을”이 계약해지를 하였을 경우에는 “을”은 계약보증금을 취득하고 이를 반환하지 아니한다’로 돼 있다.
언뜻 보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해 상인과 농업인 양쪽 모두 똑같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농업인들의 경우 뒷그루 작물에 대한 손해와 상인이 수확을 포기한 작물의 처리 문제까지 상인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인한 재정적 피해가 더 큰데도 이런 부분이 감안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계약 불이행시 상대방 손해배상 당연”=계약관계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법무법인 법여울의 권정숙 변호사는 “계약불이행시 상대방이 입는 손해에 대한 배상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민법(제390조)의 원칙인데, 이 조항을 보면 상인들이 계약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농업인이 입는 손해 부분에 대한 피해보상은 (계약금으로)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상인들이 사용하는 계약서에는 천재지변이나 기상재해로 인한 출하 불가능시 면책조항이 없는 부분도 농업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농업인은 계약금을 상인에게 돌려주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 농가피해 최소화하는 공정한 표준계약서 절실=반면 농협의 계약재배 약정서에는 기상이변 등과 같은 돌발상황이 벌어질 경우 ‘위약금면제 증빙기구’의 결의를 거쳐 농업인에게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인이 상인과 밭떼기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손해배상 부분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특약사항 등을 첨부해 상인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가들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밭떼기 거래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농가에 보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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